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TU) 연구팀이 500달러 미만의 소프트웨어 정의 무선(SDR) 장비만으로 위성 선박 자동 식별 시스템(S-AIS) 네트워크에 허위 선박 위치 데이터를 주입하는 ‘유령 선박’ 공격을 실증했다. 전 세계 주요 해상 추적 플랫폼이 기만당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NTU 연구팀은 전 세계 위성 자동 식별 시스템(S-AIS)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개념 증명(PoC) 공격을 시연하며, 해양 당국과 물류 플랫폼이 선박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에 존재하는 구조적 취약점을 공개했다. AIS 프로토콜에 발신자 인증 메커니즘이 전혀 없다는 점을 악용해, 연구팀은 저궤도(LEO) 위성 수신기에 위조된 선박 위치 데이터를 직접 주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존재하지 않는 선박이 MarineTraffic, VesselFinder 같은 추적 플랫폼에 나타나거나, 실제 선박이 추적 화면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재현됐다.

공격에 사용된 장비는 놀랍도록 저렴하고 접근이 쉬웠다. 500달러 미만의 SDR 송수신기와 지향성 안테나만으로 실제 선박의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를 스푸핑하고 허위 AIS 위치 신호를 송출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 신호는 궤도 위성이 수신한 뒤 전 세계 데이터 배포망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항만 당국·해안경비대·해운사가 사용하는 상업 추적 대시보드에 정상 선박 신호와 구별할 수 없는 형태로 나타났다.

취약점의 핵심은 AIS 프로토콜 설계 단계에서 암호화 인증이 누락된 근본적 결함에 있다. AIS는 1990년대 선박과 연안 기지국 간 가시권(VHF) 단거리 통신용으로 표준화됐으며, 위성 규모의 적대적 조작에 대한 내성은 처음부터 설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Spire Global, exactEarth 등이 운용하는 200개 이상의 S-AIS 위성은 여전히 이 인증 없는 프로토콜에 의존하며, 지상에서 수신되는 신호를 무조건 수용·재배포하고 있다.

NTU 연구팀이 제시한 공격 시나리오는 실질적 위협으로 직결된다. 악의적 행위자는 제재 대상 선박의 AIS 신호를 억제하거나 덮어써 항만 기항이나 화물 환적 사실을 위성 추적 기록에서 은폐할 수 있다. 반대로, 혼잡한 항만 진입로에 유령 선박을 주입해 혼란을 조성하거나 불법 작전의 위장 미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밀수 항로를 위장하거나, 고밀도 해상 교통 구역에서 잘못된 위치 정보를 제공해 충돌 위험을 높이는 시나리오도 문서화됐다.

해상 보안 커뮤니티는 10년 넘게 AIS 스푸핑을 이론적 위협으로 인식해 왔지만, 이번 연구는 해안 기지국 수준이 아닌 위성 수신기 계층에서의 완전한 엔드투엔드 공격을 체계적으로 실증한 첫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과거 중국 해역에서 수백 척의 선박이 GPS 위치 스푸핑으로 완벽한 기하학적 패턴으로 원을 그리는 현상이 포착된 바 있지만, NTU 연구는 선박 자체의 항법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고도 우주 인프라 구간에 직접 허위 데이터를 주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응해 **국제해사기구(IMO)**는 AIS의 차세대 후계 시스템인 VHF 데이터 교환 시스템(VDES) 도입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VDES는 양방향 통신, 위성 링크, 그리고 인증 메커니즘을 통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유령 선박 주입 공격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IMO 해사안전위원회(MSC)는 2026년 7월에 VDES 도입 일정 논의를 위한 회의를 예정하고 있으며, NTU 연구 결과가 논의에 긴박감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안전심판원도 국내 항만 진입 선박의 AIS 신호 검증 절차 긴급 검토에 착수했다. 부산·광양 등 세계적 규모의 환적 항만을 운영하는 한국으로서는 위성 기반 선박 추적 데이터의 무결성이 세관 단속, 항만 보안, 해양 영역 인식 전반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우주 보안 관점에서 이번 사례는 지상·해상 인프라의 안전이 이를 지원하는 우주 시스템의 보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S-AIS는 국제 무역, 해적 퇴치, 수색구조, 제재 이행에 있어 사실상 핵심 인프라이지만, 위성 이전 시대의 인증 없는 무선 프로토콜 위에 세워져 있다. LEO 위성 군집이 빠르게 확장되고 더 많은 핵심 서비스가 우주 기반 데이터 수집에 의존하게 될수록, 레거시 시스템의 프로토콜 수준 인증 부재는 점점 더 넓은 공격 표면을 만들어낸다. VDES로의 프로토콜 현대화와 함께, 위성 운용사·해사 규제 당국·사이버 보안 연구 커뮤니티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유사한 취약점이 대규모로 악용되기 전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다.


출처: Dark Reading — Researchers Reveal AIS Spoofing Vulnerabilities Allow Ghost Ship Attacks on Maritime Satellite Tracking Systems